- 나동식 행정부회장, 최창신 회장 횡령 및 배임으로 고발도
최순실, 김순실 측근 실세 논란으로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대한태권도협회(KTA)가 결국 보직 부회장에 의해 회장과 부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로 접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집행부 권력 싸움에서 비롯된 자해공갈 불신임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는 가운데 외부세력이 개입된 정황도 드러나며 불신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창신 KTA 회장(왼쪽)과 탄핵(안)을 발동한 나동식 행정부회장 |
지난 20일, KTA 17개 시도협회 중 결격단체인 전남과 세종을 제외한 15개 시도협회와 5개 산하 연맹체로 최창신 KTA 회장과 최권열 부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는 임시대의원총회 소집 요구서가 이메일로 발송되었다.
소집사유로는 최창신 KTA 회장의 최순실, 김순실로 지목되고 있는 최권열 부회장과 김광현 전 질서위원장의 농단으로 정상적인 KTA 운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최창신 회장과 최권열 부회장을 해임하기 위해 대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유로는 1. 오일남 상근이사에 대한 독단적 보직해임으로 인한 이사회 업무방해, 2. 김광현 전 위원장에게 지급된 일천 여 만 원에 대한 KTA 재산상 손실, 3, 2002년 승부조작으로 인한 업무방해로 벌금 칠백만 원을 선고 받은 김광현 전 위원장에게 질서위원장 직위를 주어 비선 실세로 업무에 혼란을 야기, 4. 최창신 회장 운전기사를 공개채용 하지 않은 채용 비리, 5. 2018년 대회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비선실세 농단으로 분란을 야기, 6, 영상판독장비 사업 업체 무자격 심사자 선정 및 선거법 위반 등 소송을 위해 약 일천 육백만 원의 협회 자금을 사용해 손해를 끼친 점 등을 들었다.
KTA 정관에 따라 임시총회는 재적대의원 3분의 1 이상이 회의 목적을 제시하여 소집을 요구할 경우 15일 이내에 개최해야 하며, 임원의 불신임은 일부 임원을 해임할 경우 선출 만 1년이 경과한 후 재적대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발의되고, 재적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그러나 이번 불신임(안) 발동에 대해 최창신 KTA 회장을 둘러싼 집행부 내 기득권 싸움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임기 1년 3개 월 여를 맞고 있는 최창신 회장 집행부는 임기 초반을 제외하고 내부 갈등이 여러 차례 노출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광현 전 질서위원장과 갈등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일남 상근이사 해임설이 불거졌고, 최권열 부회장과 김광현 전 질서위원장으로 대표되는 실제 측근 논란이 터져 나왔다. 급기야 대회위원회 구성을 두고 보직부회장들이 배제되면서 사태가 악화되었다.
나동식 행정부회장, 김경덕 상임부회장, 그리고 윤종욱 경기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했고, 지난 7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최창신 회장과 회동했다.
당시 보직부회장들은 최권열 부회장과 김광현 전 위원장의 배제, 대회위원회 재구성을 요청했으며, 최창신 회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동식 행정부회장에 의해 불신임(안)이 발동되면서 사태는 다시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불신임(안)을 발동한 나동식 회장은 “지난 7일 최 회장과 만나서 얘기할 때 대회위원회 구성을 무효로 하고, 최권열과 김광현을 배제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래서 당일 오후 상임이사회에서 안건도 처리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조치가 없었다. 구정을 지나고도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한 것이다. 보직부회장들 간에는 최 회장이 합의한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묵시적 공감은 있었다. 다만 누가 나서서 할지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정서적인 만족도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탄핵을 하는 최소한의 결격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결격사유가 있으니 모든 이들에게 이를 고지하기 위해 내가 한 것이다. 불법행위가 있었고, 최 회장이 범죄혐의자이기 때문에 탄핵을 진행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측근 실세 논란에 휘말린 최권열 부회장(왼쪽), 지난 7일 상임이사회서 욕설 시비가 일어난 나동식 행정부회장(가운데)과 김광현 위원장. |
이어 “어제 동부지검에 최 회장을 업무상횡령과 배임으로 고발했다. 최 회장의 비리와 부정을 고발한 것이다. 내부 싸움이라고 하는 사람들, 보직을 사퇴하고 탄핵을 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나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내부고발을 한 것이다. 최 회장은 내 마음 같아서는 용서가 안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신의 이메일이 아닌 홍상용 태권도타임즈 대표의 이메일 계정으로 총회소집요구서를 발송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그때 최 회장을 동부지검에 고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 바빴고, 시도협회와 연맹체 이메일을 갖고 있지 않아 부탁을 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것과 관련해 오해를 하고 있는데 그게 뭐 중요한가?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나동식 행정부회장의 불신임(안) 발동에 대한 시도협회와 연맹체들의 반응은 마뜩치 않아하는 기류가 상당하다.
한 대의원은 “대의원 이름으로 해서 온 것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이메일로 그런 게 왔더라. 결국 자기들끼리 싸움 난 것 아니냐. 참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시도협회 관계자는 “나도 최창신 회장이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정말 문제가 많다. 그러나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집행부 보직부회장이 탄핵을 할 거면 집행부 자리를 사퇴하고 해야지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또 이메일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해서 왔는데, 이건 말도 안된다. 잘 수습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손사래를 쳤다.
보직 부회장 중 한명인 윤종욱 경기부회장은 “동의하고 안하고는 둘째 문제이고, 아직 최 회장님하고 협의하는 부분이 있으니 결과에 따라 논의하자고 했는데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 홍상용 씨 이름으로 이메일을 보낸 것은 나 회장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절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한다. 다만 바깥에 집안싸움, 권력싸움 이렇게 비춰지는 것은 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하자는 것이다. 회장님의 언로가 왜곡되어 있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홍상용 태권도타임즈 대표 이메일로 발송된 임시대의원총회 소집 요구서. |
특히, 이번 불신임(안) 발동 과정에서 충남협회 회장인 나동식 행정부회장이 충남협회 사무국을 이용하지 않고 홍상용 태권도타임즈 대표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발송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미 외부 세력이 이번 불신임(안)에 다른 목적으로 개입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일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불신임 사태를 두고 집행부 쇄신을 단행하는 최 회장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