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효성 없는 규정...꼼꼼하게 다시 따져봐야
태권도 겨루기는 올림픽 정식종목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어 스포츠화를 이뤄낸 종목 중 하나다. 품새도 최근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태권도종목 이벤트로 추가되면서 경기화의 활로를 찾고 있다.
모든 스포츠에는 경기규칙이 있다. 태권도도 당연하다.
KTA 겨루기 기록원 모습. |
겨루기는 지난 1973년 5월 28일 첫 제정 이후 지금까지 44년간 개정을 거듭했고, 품새도 2006년 1월 10일 제정된 이후 11년간 경기규칙을 개정해왔다.
대회 주최 측이나 임원들은 지도자, 선수들에게 정해진 규칙, 규정을 강조한다. 접수, 계체, 영상판독, 소청 등 경기규칙을 거론하면서 때로는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몰아붙일 때도 있다.
실수로 마우스피스를 코트 뒤 대기석에 놓고 나오는 바람에 실격패를 당하기도 했다. 품새의 경우는 도장과 학교의 선수등록 경계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다. 몇 십년간 개정을 거듭한 태권도 경기규칙은 빠져나갈 틈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대회에 위촉되는 임원들은 경기규칙과 규정을 잘 지키고 있을까? 아니다.
대한태권도협회(KTA) 2017년도 품새 경기규칙 제18조(기록원) 2항을 보면 기록원의 자격이 명시되어 있다. 태권도 4단 이상, 3급 사범자격증 소지자, 당해연도 경기규칙 강습회 교육을 수료한 자이다.
품새 제18조, 제19조 경기규칙이다. 기록원과 경기진행원 자격은 태권도 4단 이상, 3급 사범자격증 소지자, 당해연도 경기규칙 강습회 교육을 수료한 자이다. |
KTA 주최 대회, 그리고 KTA가 승인한 각 연맹대회, 대학총장기 품새 기록원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위촉될 수 있다. 경기규칙을 위배하면 경기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규칙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원들의 자격이나 관리를 책임지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KTA, 연맹체, 총장기 기록분과 위원장들 중 기록원 자격을 관리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 지난 대학연맹 품새 개인선수권에서 확인한 결과다.
그렇다면 겨루기 경기규칙은 어떻게 명시되어 있을까?
겨루기 경기규칙 제20조(기술임원) 3항(기록원)을 보면 기록원에 대한 권한과 역할은 명시되어 있지만 자격요건은 전혀 없다. 심판원, 영상판독관 자격은 있지만 기록원은 없다.
즉, 아무나 겨루기 기록원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겨루기 경기에서 기록원은 알게 모르게 승패에 크게 관여한다는 것.
주심의 ‘갈려’, ‘계속’에 맞춰 시간을 멈추고, 진행시키기 때문에 경기 막바지 상황에 다다를수록 기록원의 역할은 막중하다. 때문에 ‘갈려’ 상황에서 기록원의 실수로 시간이 계속 흘러 지도자들과 마찰이 생기기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시간을 멈추는 타이밍 때문에도 마찰은 비일비재하다.
또 겨루기 기록원은 전자호구, 전자헤드기어 등록, 감점과 테크니컬 포인트 부여 등을 수행하기 때문에 승패에 영향을 끼치는 자리다.
겨루기 경기규칙 제20조(기술임원) 3항(기록원) 내용이다. 겨루기 기록원은 자격요건이 없다. |
종합하면 2017년 경기규칙은 승패에 관여하는 겨루기 기록원의 경우 자격요건이 없고, ‘경기시작’과 ‘표출’ 버튼만 누르기 때문에 승패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품새 기록원은 태권도 4단 이상, 3급 사범자격증 소지자, 당해연도 경기규칙 강습회 교육 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품새 기록원 위촉을 규정대로 하는 것도 아닌데, 실효성 없는 경기규칙을 방치시킨다는 것도 모순인 셈이다.
오히려 겨루기 기록원은 경험도 풍부하고,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을 위촉해야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관중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지 않을까?
한 가지 더, 품새 경기규칙 제19조(경기 진행원) 2항도 마찬가지다.
차렷, 경례, 준비, 시작, 청승, 홍승, 퇴장을 외치는 품새 경기 진행원 역시 태권도 4단 이상, 3급 사범자격증 소지자, 당해연도 경기규칙 강습회 교육 수료가 자격 요건이다.
그런데, 실제로 대회에 위촉되는 경기 진행원은 거의 없다. 지역 자원봉사자나, 주최 측에서 지원을 받아 경기 진행원 임무를 맡기는 것이 현실이다.
품새 경기규칙 16조(경기 결과의 판정)도 개정이 필요하다.
16조에 따르면 심판이 항목별로 채점한 점수의 최고, 최저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점수를 합산하고, 나누어 판정을 내린다. 품새 경기규칙 상 0.1점, 0.3점 감점을 감안하면 소수점을 몇 째 자리까지 절삭시킬 것인지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명확한 규정이 없어 매번 볼멘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태권도 경기규칙, 등잔 밑이 어둡다.
류호경 기자 hk4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