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골드 코앞...회전공격 필요성, 알면서도 돌지 못하는 이유
한국 청소년 여자 선수들의 반복되는 앞발공격은 대회장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앞발 말고는 별다른 전술이 없다. 일명 ‘발펜싱’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나왔다.
초, 중, 고등부를 통틀어 돌개차기, 몸돌려차기, 주먹공격을 두루 구사하는 여자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본기조차 갖춰지지 않은 정상급 선수들도 있다. 금방 무너지기 쉬운 예이다.
2013년 맨체스터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49kg급 준결승에서 김소희(한국가스공사, 왼쪽)가 프랑스 야스미나 아지에즈를 상대로 역전 몸돌려차기를 성공시키고 있다. |
그렇다고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탓할 수 없다. 돌개차기, 몸돌려차기, 뒷차기, 즉 회전공격을 시도하면 앞발공격에 머리 뒤쪽이 걸려 3점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전자시스템 도입과 경기규칙 변화로 앞발공격은 태권도 경기에서 승리 조건이 되었다. 상대 머리를 조준하기도, 공격을 차단하기에도 유리한 공격이 바로 앞발이다.
이 정도는 요즘 초등부 선수들도 알고 있다. 때문에 앞발 하나로도 유소년선수권, 청소년선수권 국가대표도 된다.
그렇다면 타고난 앞발공격으로 태극마크를 따낸 청소년 여자 선수들이 최근 국제대회만 나가면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앞발공격 때문이다. 앞발공격은 신장, 유연성, 근력, 골격, 체격이 상대보다 뛰어나야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앞발공격만 고집하는 한국 선수들의 패인이 여기에 있다.
뒷차기, 돌개차기, 주먹공격이 없는 한국 여자 선수들은 외국 선수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우선적으로 신체조건이 한국 선수들을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버나비에서 열린 제11회 세계청소년선수권 여자부 종합 5위, 얼마 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여자부 종합 3위.
제9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는 이란이 여자부에서만 금메달 6개를 가져갔다. 한국은 –51kg급 강명진이 따낸 금메달이 전부였고, 제11회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도 여자 –49kg급 김유진의 금메달로 간신히 망신은 면했다.
이대로라면 국제대회서 ‘노골드’는 남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정답이 아닐 수 있지만 해법은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2016 리우올림픽 여자 –49kg급, -67kg급 금메달리스트 김소희(한국가스공사)와 오혜리(춘천시청)다.
김소희와 오혜리는 각 체급 경쟁 선수들과 비교해 신체조건이 좋지 않다. 신장, 힘, 유연성도 외국 선수들이 앞섰지만 몇 년간의 그랑프리를 거치면서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기본기와 공격에 다양성에 있다.
김소희는 몸돌려차기와 나래차기, 스텝을 통한 빠른 접근과 왼발 몸통공격이 뛰어나다. 공격과 방어가 조화롭고,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선수다.
오혜리는 상대분석에 따라 공격에 변화를 준다. 뒷차기와 왼발 내려찍기를 주무기로 가졌고, 매 경기 결승 포인트가 다를 만큼 공격이 다양하다. 상대 선수들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한국 청소년 여자 선수들도 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이다. 앞발만 고집하면 똑같이 앞발만 막으면 되는 선수로 남는다. 앞발을 뚫어내는 그 무엇이 결국 본인의 경쟁력이다.
지도자들도 선수들이 회전공격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적어도 시도는 해볼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앞발만 고집하는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가기 때문이다.
류호경 기자 hk4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