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걸리면 그만? 세계청소년대회서 불법 보형물 적발

스포츠 경기는 개인이나 팀이 일정한 규칙에 의해 승부를 겨룬다. 다시 말해 정해진 규정이나 규칙을 위반하면 스포츠 경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무도 고유의 성격을 지녔지만 태권도 역시 전 세계가 인정하는 스포츠다.

태권도 겨루기 경기규칙(세계태권도연맹, WT)은 제1조부터 24조로 경기결과, 징계, 추첨, 비디오판독 등 규칙과 규정이 정해져있고, WT가 주관하는 모든 국제대회는 해당 규정과 규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느 국가협회에도 혜택이 있거나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된다.

웜업장과 관중석에서 발등 부위에 보형물을 착용하고 있는 선수들

하지만 지난 9일(현지시각)부터 5일간 튀니지 함마메트 라 살라 쿠베르테 함마메트 경기장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불특정 다수의 선수들이 규정에 어긋난 보형물을 착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WT 겨루기 경기규칙 제4조 2항 도복과 경기용품에서 ‘당 연맹 행사표에 등재되어 있는 모든 대회에서 사용되는 매트, 전자호구, 비디오판독 시스템, 보호구 등 제반 경기 용품 및 출전하는 선수의 경기복 (도복)은 반드시 당 연맹 공인용품이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경기에 임하는 선수는 본 연맹이 공인한 경기복(도복), 몸통 보호대, 머리보호대, 샅보대, 팔보호대, 다리보호대, 장갑, 전자감응양말(전자호구 사용 시), 마우스피스를 경기장에 들어오기 전에 착용하여야 한다. (생략)……선수는 개인 장비에 대해서 본 연맹이 공인한 보호구와 장갑, 마우스피스를 지참하여야 한다. 머리보호대 외에 다른 부착물의 사용은 불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경기장에는 WT 공인용품 이외에 기타 용품이나 부착물, 보형물은 착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세계청소년선수권이 열린 튀니지 함마메트 라 살라 쿠베르테 함마메트 경기장에서는 불법 보형물을 착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기장을 다니다보면 발등 보형물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횡행했다.

대회 넷째 날 경기가 열린 지난 12일(현지시각), 보형물을 테이프로 감고 있는 사진이 돌며 터키의 한 선수가 보형물을 착용한 상태로 적발되었다. 그러나 보형물만을 제거할 뿐 별다른 제재 없이 그 선수는 이날 경기에 출전했다.

터키협회의 관계자는 오히려 “터키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면서 항의했다. 터키 선수들 뿐 만 아니라 웜업장이나 관중석에서도 심심찮게 보형물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들이 포착되었다.

세계청소년선수권 전경

WT 관계자는 “보형물을 부착해도 검사대에서 실격되는 규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15년 문경 군인체육대회 태권도 경기서 한 선수가 공인되지 않은 회사의 장갑을 착용했다가 검사대에서 발각돼 실격되는 일이 있었다.

또 WT 경기규칙에는 경기에 임하는 선수의 보호 용품이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제심판이 담당하는 검사대는 보형물이 타인에 의해 발견되고 나서야 양말을 벗겨 확인 작업을 했다.

WT 경기규칙 제1조 1항 해설에서 ‘태권도 경기를 전 세계적으로 통일성 있게 운영하기 위하여 경기 운영의 모든 사항이 본 규칙에 의거하여 결정, 진행된다는 뜻이다. 본 규칙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기는 태권도 경기로서 인정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일부 지도자들의 과도한 승부욕으로 인해 어린 청소년들이 피해를 입는 일들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 WT 역시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형물 관련 경기규칙을 강화하고, 경기 전에 검사대 역할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